가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펜을 잡는 순간 막막하다는 감상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무엇을 그려야 하지? 어떻게 구성을 하지? 그 구성을 내가 해낼 수 있나? 이 구도면 어려울텐데... 막연한 생각이 들고서 절로 무서워서 펜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이 태반이었습니다.
분명 제가 기억하는 그림은 즐거운 것이었는데,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내 손 안에서 창조해내고 나만의 스토리를 구축해나가는 그 짜릿함. 그 짜릿함이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었습니다.
파고들면 들수록 그것은 취미가 아닌 전문성이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림을 전공으로 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옳고 그른 것을 배우고 난 이후부터 저의 그림에 대해서 재미보다는 엄격한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건 규칙에 맞지 않아, 아직 내 수준으론 이 구도를 그리기 힘들어. 라면서 자꾸 스스로의 실력에 의구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것이 기어코 현재의 슬럼프를 형성하게 된 것 같습니다. 펜을 잡고 나온 그림이 못 그린 그림일까봐서 한부로 선을 못 긋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전전긍긍 유튜브만 돌아다니며 오락 영상만 찾아보던 저에게 알고리즘은 그림 좀 그려라,하는 의미인지 그림 유튜버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홀린 듯이 영상을 보기 시작한 저는 그 유튜버 분이 말씀하신 한 문장에 머리를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선 힘들어야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오래 그리기 위해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
힘들기만 했던 저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말이었습니다.
저는 책상에 앉아 자연스럽게 타블렛 펜을 들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랜만에 그림 좀 그렸다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언제 이렇게 실력이 좋아졌냐고 칭찬을 해줬습니다.
현재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이는 그림 뿐만 아니라 일의 모든 영역에서 해당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남이 바라는 것을 해주고 돈을 받는 행위, 그것이 분명 내가 좋아하던 작은 일이었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재미가 없어지면 그것은 고통의 연속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일이 재미없더라고 억지로 웃으면서 하다보면 정말로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삶을 즐겁게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웃고 다니는 바람에 눈꼬리 쪽에 주름이 많이 져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웃을 때 더 쉽게 웃어진다고 하죠.
저 또한 그러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 마음을 잊지 않도록 이번 글을 적습니다.
저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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