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 대학에 막 입학한 시기의 아이들은 너도나도 수험생 할인을 받기 위해 안과나 피부과같은 의원을 찾아갈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수험생 할인 적용 대상이었으나 안 하고 뻐팅기다가 뒤늦게 라식을 하게 된 케이스다.
- 라식을 뒤늦게 한 이유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알바를 하기 전의 시기였기 때문에 모아놓은 돈이 거의 없었다. 명절날 받은 용돈은 모두 청약통장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나에겐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몫돈이 없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돈이 모였기 때문에 라식을 하게 됐다~!(야호)
글을 시작하기 전, 본 글은 스마일라식 수술과정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적어놨다. 공감성고통 주의바람
- 그래서 어떤 라식인가?
라식도 종류가 나뉜다고 알고 있다.
그냥 라식과 스마일라식이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을 알아보자면, 일반 라식은 안구의 각막 가장 윗층부터 두께를 깎아내며 시력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 경우 회복 속도가 더디며 시림과 고통이 많다.(고 들었다.)
스마일라식은 가장 윗층의 각막은 통과해 안쪽에서 지져버린(?)각막을 작은 틈으로 꺼내는 방식이다.
제목에도 적혀있듯 나는 스마일라식을 했다. 컴퓨터 모니터를 매일같이 봐오던 나에겐 2주동안의 컴퓨터 금지령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기 때문에... 하루만에 눈이 회복한다는 스마일라식으로 현재 이 글을 적고 있다.
- 스마일라식 수술 당일
솔직히 조금 떨렸다. 나와 몇 년은 동고동락한 안경이 더 이상 필요없어진다니 마음이 이상하기도 했다. 수술실에 들어간 후... 레이저가 나오는 부분에 머리를 눕히고 몸을 편하게 천장을 바라보며 누웠는데 마취안약을 넣기까지는 그리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정도 눈이 뻑뻑해졌나... 싶을 즈음 수술이 시작됐다. 나의 한쪽 눈을 드라마에서만 봐오던 녹색 천으로 가리고 드러난 쪽을 감을 수 없게 눈꺼풀을 잡아놨다. 이거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다... 이게 뭐지 싶어서 눈을 깜빡거리려고 하면 눈근육만 움찔거리고 점점 레이저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거 어디까지 가까워지는 거예요? 부딪하는 거 아니에요? 라는 생각이 들 쯤에 나의 시야는 뿌옇게 변했다...
아마 짐작하기로는 나의 각막이 지져진 것이다... 눈동자는 레이저를 쐈을 때 계란흰자처럼 하예지더라.
그리고 새하얗게 변질된 시야 위로 도구가 내 각막으로 들어왔다. 진짜 믿기지가 않지만 내 각막을 긁었다... 아직도 상상하면 기분이 이상하다. 그리고 지져진 각막을 잡았는지 쑥 사라지는 희뿌연 시야가 신기했다. 반대쪽 눈도 똑같은 과정으로 수술이 끝마쳐졌다.
수술이 걸린 시간은 15분 안팍이었던 것같다. 생각보다 아주아주 짧다... 나의 금같은 돈이 15분만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안경을 벗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좋았던 것이다.
수술을 한 기념으로 떡볶이를 먹었다. 생각보다 마취가 풀리니까... 눈이 많이 시렸다. 정말로 많이 시렸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떡볶이를 먹었다.
항생제 성분이 들어간 안약을 꼬박꼬박 넣고 인공눈물은 30분에 1~2번꼴로 계속 넣어줬다. 평소에도 모니터를 많이 보는 바람에 인공눈물 넣는 게 익숙했던지라 이 부분은 크게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멍을 때리다가 잠에 들었다. 잠을 자길 잘 한 것같다. 잠을 자고 나니 흐리멍덩하던 시야가 각막이 조금 붙었는지 조금은 또렷해졌다. 글자가 보인다!! 난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 내 얼굴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참이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안경을 쓰지 않은 나의 얼굴을 처음으로 선명하게 봤다...
- 스마일라식 수술 다음날
다음날 바로 상담을 잡아주셔서 다시 안과에 방문했다. 결론적으로 수술이 잘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귀가했다. 안과로 가는 길 내내 간판 글자가 보여서 신기했다... 안경을 쓰지 않고 시야가 보이다니 너무 좋았다... 운동할 때 걸리적거리지 않겠다는 생각에 아주 행복하다. 땀에 젖은 콧등 위로 안경이 흘러내리면 그것만큼 귀찮은 것이 없다.
안약은 다 떨어질 때까지 꼬박꼬박 넣으라는 말을 들었다. 당분간 촉촉한 눈가를 잃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봐도 된다는 말에 너무 신나서 글을 쓴다. 현대인이 핸드폰, 컴퓨터 없이 어떻게 살까... 난 하루만에 돌아온 핸드폰이 너무 그리웠다.
- 부작용은 없나요?
제목에서 언급했듯 나는 모니터를 많이 보는 사람이다. 간혹 그림도 그리기 때문에... 빛번짐에 관해선 조금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빛번짐? 있다. 특히나 나의 경우 어두운 곳에 가면 동공이 평균 사람들보다 많이 커지는 눈이었기 때문에 유달리 빛번짐이 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심해봤자 얼마나 심하겠어,라는 마인드로 수술을 받고 나온 후 당분간 그림은 그리지 못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림은 색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색의 경계선이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다. 또렷해야 하는 그림을 그릴 때 경계선이 흐리멍덩하게 보이면 얼마나 안 그려지겠는가.
하지만? 나처럼 시각적으로 예뻐야하는 직종이 아니라 단순 업무(ex. 타이핑, 문서작업, 코딩, 문자상담)의 경우는 그럭저럭 할 수 있을 것같다. 어찌됐든 글자만 읽히면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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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스마일라식의 후기를 적어봤다. 다른 일화가 또 생긴다면 적으러 올 것이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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