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2일차 아침. 약 9시 반에 호텔 밖으로 나섰다.
원래 계획은 가까운 거리를 돌아보는 것이었지만... 언니의 추천으로 가보게 된 곳은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었다. 미래에 게임회사 취직이 목표인 만큼 넥슨 박물관에 가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판단하여 무작정 계획을 비틀고 차를 이끌었다. 가족들이 모두 찬성해줘서 다행이었다.
제주도의 도로 위를 달리면서 이리저리 핸들을 꺾다 보면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라 적힌 전봇대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은 쾌적해서 쉽게 주차를 하고 내릴 수 있었다.
언니와 나는 메멕스 체험을 예약한 상태였으므로 인포에서 바로 체험을 위한 신분 검사를 진행했다. 한 명의 신분증을 맡겨놓고 체험을 다 마친 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메멕스는 전자회로처럼 생긴 기계였다. 손목에 차는 팔찌 형식으로 박물관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구간에서 메멕스가 울리는 형식이었다.
2층의 VR관련 관람 및 체험 층에서 푸는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수치스러웠다.
닌텐도 스위치의 저스트 댄스를 아는가? 한 손에 스위치 하나를 잡고 춤을 추는 거다.
메멕스 문제가 저스트 댄스를 하나 플레이 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내향인인 나로서는 너무한 문제였다!! 심지어 처음 한 플레이는 시작 버튼을 안 눌러서 측정이 안 됐다. 결국 한 번 더 했다!!!
2층은 VR게임 체험 층으로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았는데 저스트 댄스 구간에만 사람이 없었다. 그야 당연히 없었겠지!! 어떻게 사람 많은 곳에서 춤을 추겠어!!
수치스러움을 무릅쓰고 어찌저찌 마지막 미션까지 해낸 언니와 나는 카트라이더 캐릭터들이 그려진 마그넷과 뱃지를 받았다. 마지막 미션도 용기를 내야 했다. 직원분과 사람들 앞에서 두 손 높이 들고 높이 점프라니...
그래도 하나 얻은 것은 있었다.
게임회사가 목표인 만큼 그림에 참고할 수 있는 넥슨의 미공개 원화들을 얻을 수 있었다. 왜 게임이 나오지 않은 걸까... 예산이 부족했나? 아닐텐데... 어른들의 사정이 있겠지 하고 넘어갔지만 아쉬웠다. 일러스트 예쁜데.
각 원화들은 한 장에 200원이었다. 10장인가를 샀으니 2000원을 줬다 할 수 있겠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며 뿌듯하게 원화들을 끌어안으니 엄마가 흐뭇하게 보셨다. 창피했다.
이후로는 다시 제주도 관광을 나서기 위해 차를 탔다. 컴퓨터 박물관을 나서고 우리는 수목원에 가기로 했다. 수목원 이름은 동백수목원으로, 동백꽃이 정말 많이 피어있었다. 딱 우리가 갔던 때가 절경이었는지 나무엔 꽃이 어마무시하게 피어있었고 바닥은 깨끗한 꽃잎이 포근하게 깔려있었다.
정말 산책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었다. 여기저기 꽃들이 강한 바람에 후두둑 떨어지는데 정말 예뻤다. 유독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어서 내 몸 가누기도 벅찼는데 나무들은 오죽했을까. 동영상을 찍었는데 나무가 휘청휘청 흔들리는게 왜 하필 오늘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비가 그친 뒤였기에 그나마 낫다 생각하며 돌아다녔던 것 같다.
전부 내가 찍은 사진이다. 원래 사진을 죽어라 안 찍는 편인데 이 날만큼은 카메라를 켜서 많이 찍어댔던 것 같다. 동백꽃이 너무 예뻤고 바닥에 깨끗하게 깔린 꽃잎들이 감성에 젖게 만들어 준 덕분이다.
이 날은 저녁을 간단하게 때웠다. 전 날 동문시장에서 너무 돈을 많이 쓴 탓이다... 흑돼지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호텔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비행기를 타고 다시 김포공항으로 날아갔다.
돌아갈 때 탔던 항공기는 제주 에어, 주황색으로 맛있어 보이는 색의 비행기였다. 제주 감귤이 생각나는 비주얼이다.
가는 도중에 구름이 많이 없어 훤히 보이는 바다를 찍었다. 해저면 바위들도 거뭇하게 보이는 것이 물이 많이 맑은 것으로 짐작된다. 정말 아름다웠다. 날아가는 약 한 시간동안 잠에 들지도 않고 계속 바깥 구경만 했던 것 같다.
이로써 제주도 여행일지는 끝이다. 두고두고 기억을 떠올릴 때 읽을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혹여 제주도 여행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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